만다린로보틱스 이건우 이사
매년 1월이면 전 세계 IT·로봇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본인은 AI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만다린로보틱스를 대표해 ‘American dream’을 꿈꾸며, 라스베가스에 입성했다. 우리 부스에서 바이어, 투자자와 미팅을 진행했지만, 전시장을 돌며 푸드테크 분야의 로봇들을 직접 보고 경험할 기회를 가졌다. 이번 탐방기에서는 CES 2025에서 만난 다양한 푸드 로봇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푸드테크 로봇, 어디까지 왔나?
CES 2025에서는 자율주행, AI 비서, 스마트홈 등 다양한 기술이 화제를 모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두었던 것은 푸드테크 로봇이었다. 인간의 삶과 밀접한 ‘먹는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리고 맛있게 바꿀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특히 RichTech, Balloon Bot, ColdSnap, Brisk It, Lax Ppy , Flavor Craft , Spicerr, 그리고 대한민국의 Camelotech 등 다양한 푸드 로봇 기업들이 전시장을 빛냈다. 이들 부스를 직접 방문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리를 자동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RichTech – 바텐더 로봇, 감성을 담다
사진. 만다린로보틱스
RichTech의 바텐딩 로봇은 한마디로 술을 기가 막히게 잘 타는 AI 바텐더였다. 단순히 칵테일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취향에 맞는 칵테일을 추천해 주는 기능이 있었다.
주문한 칵테일이 눈앞에서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제 바텐더의 역할도 AI가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걸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RichTech가 단순한 기계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 경험’을 굉장히 신경 쓴다는 것이었다. 조명이 바뀌고, 음료 제조 과정이 마치 공연처럼 연출되며,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RichTech의 바텐더 로봇은 단순한 자동화 기계를 넘어, AI 기반의 맞춤형 음료 추천 기능을 제공했다. 이는 정확한 계량 및 빠른 제조도 가능하게 해 생산성도 놓치지 않을 것 같았다.
RichTech의 AI 바텐더는 정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칵테일 문화의 중요한 요소인 인간적인 교류와 감성이 빠져 있다는 점이 도입 비용만큼이나 고민거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바나 호텔, 이벤트 현장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바텐더와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 그 시작을 CES 2025에서 확인했다.
사진. 만다린로보틱스
ColdSnap, 단 2분 만에 아이스크림을? 초고속 냉동 기술, 직접 확인하다
ColdSnap의 부스가 CES 2025에서 눈길을 끌었다. 직원이 “2분 만에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드립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을 때,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캡슐을 기계에 넣고 버튼을 누르자, 2분 만에 크리미한 아이스크림이 완성되는 것을 직접 보고 깜짝 놀랐다.
ColdSnap은 초고속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의 긴 냉동 과정을 생략했다. 이는 아이스크림을 상온보관이 가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을 지원하게 한다. 또한 개인 맞춤형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푸드 트렌드와 일치한다.
ColdSnap은 냉동 보관 없이도 신선한 아이스크림을 즉석에서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푸드테크 기술을 보여줬다. 향후 캡슐 가격과 기기 크기가 최적화된다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맛을 즉석에서 제조하는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CES 2025에서 본 ColdSnap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 기대된다.
Brisk It, AI 스마트 그릴의 진화
사진. 만다린로보틱스
Brisk It는 스마트 그릴 로봇을 전시했다. 직원이 “이 로봇이 고기를 가장 완벽하게 구워드립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설명을 해주었다. 비록 실제로 두툼한 스테이크를 그릴 위에 올려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준비된 영상을 보면 탑재된 AI 시스템이 즉시 고기의 두께와 온도를 측정하고 최적의 굽기 상태를 자동 조절하기 시작했다.
Brisk It는 BBQ 조리 과정을 완전히 자동화하며 요리 경험이 없는 사람도 전문가가 만든 퀄리티의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주요 기능으로는 ‘AI 온도 조절–고기의 크기와 두께를 감지해 최적의 굽기 자동 설정’, ‘스마트폰 앱 연동–원격으로 조리 상태 확인 및 조절 가능’, ‘연기 최소화 기술–실내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가 있었다. 다만, 위 기능이 추가된 고급 모델의 경우에는 가격이 부담될 뿐만 아니라 수동으로 조리를 하는 모드의 부재는 다소 아쉬웠다.
Brisk It의 AI 스마트 그릴은 일관된 품질과 편리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전문가 수준의 BBQ 요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초보자 뿐만 아니라 전문 요리사에게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직접 고기를 굽는 재미를 중시하는 BBQ 마니아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AI와 사람이 함께 요리하는 미래, Brisk It이 그 첫발을 내디뎠다.
Spicerr, AI 기반 조미료 디스펜서의 혁신
사진. 만다린로보틱스
이스라엘 기업 Spicerr가 CES 2025에서 선보인 제품은 기존의 조리 로봇과는 결이 달랐다. 자동 조미료 디스펜서인 Spicerr는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양념의 정밀한 배합을 AI를 통해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직원은 “이제 누구나 전문 셰프처럼 완벽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라며 Spicerr의 작동 원리를 시연해 보였다.
Spicerr는 다양한 요리에 맞춰 정확한 양의 조미료를 자동 배합해주는 스마트 디스펜서다. 주요 기능은 ‘AI 기반 맞춤 조미 시스템–레시피에 따라 최적의 양념 비율 조절’, ‘자동화된 정량 배분–음식의 맛을 균일하게 유지 가능’, ‘다양한 향신료 지원–세계 각국의 조미료를 캡슐 형태로 교체 사용’이 있다. 이 단순해 보이는 기술로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만, 사업화하기에는 포지셔닝의 정교화가 필요해 보였다. 균일한 맛을 낼 수 있는 측면에서 가정용 보다는 레스토랑 및 프랜차이즈에 적합해 보이나 그러기에는 조미료 카트리지의 가격이 상당히 높았다. 지속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가정 하에 운영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CES 2025의 장소적 특성상 이 작은 조미료 디스펜서가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했다. Spicerr는 요리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었다.
특히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매번 균일한 맛을 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셰프나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직접 맛을 조절하는 재미까지 로봇이 대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AI가 요리의 보조자가 될지, 주방을 완전히 장악할지, Spicerr의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기대된다.
CES 2025, 미래의 푸드테크를 바라보다
CES 2025에서 나는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푸드테크의 미래를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혁신 기술을 직접 경험했다.
올해 CES에서는 푸드테크 로봇의 발전이 단순한 ‘자동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제 로봇들은 단순히 조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하고 인간 친화적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 글로벌 푸드 로봇 시장 전략 – 현지화 & 협업이 필수
푸드 로봇 시장은 이제 초기 테스트 단계를 넘어 실제 매장, 레스토랑, 가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국의 식문화와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시장 진입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 현지화(Localization)의 중요성
푸드 로봇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지역별 식문화를 고려한 제품 개발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만다린로보틱스의 AI 조리 로봇이 중식, 한식 볶음조리에 최적화된 것처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각 지역별 맞춤형 솔루션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서는 패스트푸드나 BBQ 중심의 조리 로봇이, 일본에서는 정교한 음식의 플레이팅을 지원하는 로봇이 유리할 수 있다.
■ 푸드 서비스 기업과 협업 강화
푸드 로봇이 단독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외식업체 및 푸드 서비스 기업들과 협업해 도입되는 방식이 더욱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Spicerr의 조미료 디스펜서는 레스토랑의 일관된 맛을 유지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ColdSnap의 초고속 아이스크림 제조기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즉석 디저트 메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 푸드트럭과 무인 매장의 확산
AI와 자동화 기술이 결합되면서 푸드트럭과 무인 매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AI 바텐더, 자동 조리 로봇, 드론 서빙 로봇이 결합되면 사람이 거의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동화 레스토랑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으로서 이러한 흐름을 푸드트럭 시장과 연결하는 전략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써의 로봇기술
푸드테크 로봇은 이제 더 이상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CES 2025에서는 조리 로봇이 점점 더 현실적인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푸드 로봇의 보급 속도 증가 추세도 괄목할 만 했다. 과거에는 조리 로봇이 실험적이고 비싼 제품이었다면, 이제는 레스토랑, 호텔, 카페 등에서 실제로 도입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아울러, 팬데믹 이후 많은 국가에서 외식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됐고, 이에 따라 조리 로봇이 단순한 ‘편의성’이 아니라 필요한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인간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인간과 로봇이 함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꼈다.
■ AI기술과 푸드테크 로봇, 맞춤형 서비스가 핵심
AI는 푸드 로봇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기존의 조리 로봇이 단순한 자동화 도구였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요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로봇과 인간의 협업(셰프를 돕는 AI 조리로봇) 완전 자동화된 주방이 아니라, 로봇이 요리사의 조력자로서 기능하는 방식이 더욱 현실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만다린로보틱스의 조리로봇도 우리의 1차 고객인 외식기업의 메뉴를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고 2차 고객인 매장방문 고객들에 맞는 개인화 레시피 조정도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CES 2025, Dive-in의 의미와 로봇의 미래
CES 2025에서 본 푸드 로봇들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조리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으로서, 푸드 로봇의 글로벌 시장 전략, 푸드테크의 발전 속도, 그리고 AI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올해 슬로건이 었던 Dive-in은 어찌보면 로봇기술이 인간의 영역에 보다 더 깊숙히 관여해 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 같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하는 주방, AI가 도와주는 맞춤형 요리,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푸드테크 혁명이 일어나는 시대. 이제 우리는 새로운 푸드테크 혁신의 출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