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뉴스
미국의 산업용 로봇시장 동향
윤소원 기자 | 2022-11-15 17:09:19

최근 미국의 산업용 로봇 발주량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에 따른 기업의 리쇼어링 움직임으로 인해 기업의 로봇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의 가속화는 기업이 로봇을 도입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구인난이 심한 물류, 의료, 호스피탈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자동화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미래 먹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 강화로 민감한 기술력을 보유한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 생산기지 이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 역시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정책 방향에 발맞춰 미국 직접투자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객의 니즈와 산업 환경 분석을 통한 적절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미국 시장으로의 확대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와, 그 가능성을 알아봤다.

 

북미지역 산업용 로봇 순 주문량의 산업 부문별 비율

(자료. Association for Advancing Automation)

 

1. 산업용 로봇 도입 가속화
지난 2분기 북미지역 기업들의 산업용 로봇 발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첨단자동화협회(A3)에 따르면 2분기 산업용 로봇 발주량은 1만 2,305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 전 분기 대비 6% 증가해 3분기 연속 신기록을 경신했다.


A3은 자동차 산업과 식품·소비재 중심의 전자상거래 분야 물류 자동화가 주문량 증가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A3의 제프 번스타인 회장은 “로봇 도입과 자동화 부분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오랜 기간 선두 자리를 지켜왔으나 최근 수년간 식품과 소비재, 생명공학과 기타 산업 분야의 로봇 도입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북미 지역의 많은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로봇을 도입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기업의 로봇 도입 증가는 팬데믹 이후 극심해진 구인난과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에 따른 기업의 리쇼어링 움직임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 재개 이후 소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제조·물류·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력 수요도 급증했으나 팬데믹의 여파로 경제활동 참여율 회복 속도가 늦춰졌고, 대퇴사 사태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구인난이 가중됐다. 또한 노동력 부족과 가파른 임금 상승은 기업이 로봇 도입 결정에 가속 페달을 밟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구인난이 심한 물류와 의료, 호스피탈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자동화 수요가 확대됐다.

 

2020~2021년 명목·실질 임금 상승률(단위 : %)

(자료. Howard et al., 2022, Brookings)


2020~2021년 일자리 공석률 및 퇴사율(단위 : %)

(자료. BLS JOLTS data, Brookings)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에 따른 주요 기업의 제조기지 재배치 역시 로봇 도입 확대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22년 리쇼어링 혹은 해외 기업의 미국 직접 투자(FDI)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35만 개로 지난 201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차이나 리스크 관리 차원의 리쇼어링과 해외 기업의 미국 직접 투자 진출 결정에 첨단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꼽았다. 기업의 자동화 도입에 걸림돌이 되었던 성능, 생산성, 비용적 측면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면서 공급망의 아시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2. 한국 기업의 이유 있는 미 로봇 시장 진출
로봇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해당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본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미국 산업용 로봇 기업의 지분 투자와 협업을 통해 미국 로봇 시장 내 영향력을 키워온 LG전자는 지난 5월 서빙로봇인 ‘클로이 서브봇’을 출시했다. 지난 6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포컴(InfoComm 2022)에서는 다목적 고객 서비스 로봇인 ‘LG 클로이 가이드봇’을 내놨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자사의 로봇 브랜드인 ‘삼성봇’을 미국과 캐나다에 상표권 등록했으며, 두산로보틱스도 같은 달 텍사스 주 플라노에 미국 법인 두산로보틱스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중점을 두고 있는 협동로봇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큐렉소는 2021년 인공관절 수술 로봇으로 미국 의료로봇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난 5월 재활로봇 스타트업인 하모니 SHR과 3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로봇 도입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경쟁력 있는 한국의 산업용 로봇의 대미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 670만 5,000달러 규모였던 산업용 로봇의 대미 수출액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3,250만 1,000달러로 385%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 산업용 로봇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도 껑충 뛰었다. 2021년 시장 점유율 3.2%로 10위에 머물렀던 한국은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의 누적 수입액을 기준으로, 점유율 8.8%를 기록해 4위로 올라섰다.

 

(사진. LG전자)

 

3. 전망 및 시사점
미국 주요 산업의 로봇 도입을 통한 자동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 강화로 민감한 기술력을 보유한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 생산기지 이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리쇼어링 혹은 직접투자 시 발생할 구인난, 인건비 상승 타계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고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기업 역시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정책 방향에 발맞춰 미국 직접투자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당장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리쇼어링 혹은 니어쇼어링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산업용 로봇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팬데믹 이후 지속되는 타이트한 고용 시장 상황은 다양한 업종과 산업의 로봇 수요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몰딩 작업용 로봇을 도입한 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로봇기술의 발달과 제품, 서비스 공급자가 늘어나 로봇 사용이나 비용 측면의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라며 “근로자에게 시간당 15~18달러에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수행했던 작업을 로봇 도입을 통해 비용부담을 10~12달러 선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비용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로봇 간 협업 용이성, 사후 서비스 편리성 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로봇 관련 기술·제조·서비스 기업은 미국의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해외기업의 직접투자 진출 등을 시장 기회로 삼고, 고객의 니즈와 산업 환경 분석을 통한 적절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미국 시장 확대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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