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국제로봇협회(IFR)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 산업용 로봇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위인 한국에 이어 세계 로봇 밀도 4위인 독일은 로봇의 사용 못지않게 생산 입지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산업 및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부상하고 있는 자율 이동 로봇 시장의 잠재력을 점검해본다.
1. 글로벌 로봇 도입 대수 사상 최고치 기록
지난 2021년 10월 말 발표된 국제로봇협회(이하 IFR)의 World Robotics 2021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산업용 로봇 판매는 전 세계적으로 0.5% 증가한 38만 4,000대를 기록했다. 또한 전 세계 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산업용 로봇은 약 300만 대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0년 이래 산업용 로봇의 수요는 지속적인 자동화 추세와 로봇 공학의 기술 혁신으로 인해 크게 증가했으며, 2015~2020년까지 연간 설치 규모는 매년 평균 9% 증가했다. IFR의 게리(Milton Guerry) 협회장은 전 세계 로봇 설치 규모가 2021년 13% 증가한 43만 5,000대로 증가해 2018년의 기록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의 경우에는 8% 증가한 약 73,000대가 전망된다.
(사진. Boston Dynamics)
한편, IFR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평균 로봇 밀도의 경우 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126대로 유럽 123대 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세계 로봇 밀도는 2015년 평균 66대에서 5년간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또한 로봇 밀도 측면에서 한국은 932대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932), 싱가포르(605), 일본(390)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한 독일에는 근로자 1만 명당 371대의 산업용 로봇이 소재하며, 유럽국가 중 가장 높은 로봇 밀도를 자랑한다.
스웨덴은 289대로 2위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한 시장은 세계 제2위 경제 규모인 중국으로, 중국은 2015년 49대에서 2020년 246대로 급증했고, 미국(255대), 대만(248대)에 이어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로봇 설치의 76%가 중국, 일본, 미국, 한국, 독일 등 5대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유럽에서는 연간 설치되는 산업용 로봇의 33%가 독일에 투입되고 있으며, 유럽 전체 산업용 로봇의 38%가 독일에서 사용되고 있다. 게리 협회장은 “로봇 밀도는 경제별로 자동화 정도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이며, 영국은 로봇 밀도가 101대로 세계 평균보다 낮은 24위를 차지하는 유일한 서방 산업 국가(G7)”라고 말했다.
Safelog의 AGV(사진. Safelog)
2. 자율 이동 로봇(AMR) 급부상
전체 로봇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자율 이동 로봇의 활용은 보다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IFR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운반 로봇의 총 사용 대수는 약 10만 대로 2019년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산업용 로봇의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특히 이는 코로나 팬데믹의 악재로 산업 생산이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수치라 더 흥미롭다.
일례로 독일 진델핑엔(Sindelfingen)에 소재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새로운 디지털 네트워크화된 공장인 Factory 56에서는 수백 대의 이동 운반 로봇이 운행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은 새로운 S 클래스의 엔진과 좌석을 조립한다. 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로봇은 상호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같은 공장에 로봇을 공급하고 있는 독일의 이동 로봇 전문 제조기업 세이프로그(Safelog)의 경영 파트너(Executive Partner) 볼터(Michael Wolter)는 “대규모로 투입된 로봇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을 볼 때, 이는 전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이 로봇 제조사는 Factory 56에만 거의 500대의 로봇을 공급했다고 한다. 다임러(Daimler)는 전 세계적으로 약 2,500대의 세이프로그 로봇을 사용 중이다.
ABB의 외팔로봇 YuMi(사진. ABB)
3. 로봇 제조업계 내 전략적 투자 활발
업계의 높은 성장률은 또한 투자 매력도를 상승시키며 전략적 투자자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기크(Geek)에 따르면, 이동 운반 로봇 제조기업은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7,000만 달러를 유치했다고 한다. 2021년의 경우 하락세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시 빠르게 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의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아마존은 지금까지 많은 이동 운송 로봇을 구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유통기업은 주문 창고에서 수만 대의 로봇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이미 2012년 창고 로봇 제조업체인 키바시스템스(Kiva Systems)를 7억 7,500만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또 다른 예로 2021년 7월 에너지 및 자동화 기술 그룹인 ABB는 공급업체인 아스티 이동 로보틱스(Asti Mobile Robotics)를 인수했는데, 이는 산업용 로봇의 전통적인 제조기업들도 이 사업 영역을 점점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독일의 기계 엔지니어링 회사 융하인리히(Jungheinrich)도 뮌헨에 기반을 둔 로봇 기업 아르쿨루스(Arculus)를 지난해 인수했는데, 한델스블라트는 이에 대해 대기업들이 무인 운반 시스템 부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자율 이동 로봇의 중요성 또한 증가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ASTI의 AGV(사진. Asti Mobile Robotics)
4. IFR, 2023년 모바일 혁명 기대
자율 이동 운반 로봇은 대규모 생산에 진입하면서 이제 여러 대규모 공장에서 더 많이 투입될 수 있게 됐다. IFR은 물류용 이동 운반 로봇의 판매가 2020년에서 2023년 사이 매년 평균 31% 증가해 2023년에는 약 160,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LogisticsIQ 전망에 따르면 이동 운반 로봇은 설치 기준으로 2020년 64,000대에서 2026년 890,000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IFR의 게리 협회장은 “향후 10년 동안 흥미로운 발전을 기대한다”라며 “로봇은 더 가볍고 유연해지며 점점 더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게 될 것이다”라고 낙관한다. 이와 같이 IFR은 모바일 혁명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5.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지체되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며 의료서비스, 비즈니스 등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위기로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물류 시장의 기능 및 유연성의 중요성도 한층 부각되고 있다. 유연한 물류 시스템 구축은 물론 단 시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자동화 토털 솔루션으로서만이 아닌, 반복되거나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며 인력의 업무 강도나 근로 위험을 줄여 주는 등의 혜택도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계속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 분야의 향후 차세대 서비스 로봇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또한 산업용 로봇 역시 대량 시리즈 생산으로 확대되며 큰 성장 잠재력을 시사하는 한편, 바이러스 소독이나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안전 조치 등을 위한 공공 보건을 위한 서비스 로봇이나 배달 로봇 등이 모든 공동 공간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 등의 제조업을 토대로 전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국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로봇 국산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생산입지로서는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이미 H사와 D사가 이미 오래 전부터 독일 진출을 통해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고, 일부 중견 기업들도 독일 현지에 진출하고 있다.
또한 최근 현대자동차가 지난 1월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을 제시하며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는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 실현을 위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2020년 12월,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한 바 있다.
독일의 물류 기업 DHL은 올해 1월 북미 공장에 총 1,500만 유로를 투자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 정리 전용 로봇인 스트렛치(Stretch)로봇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국내 중소·중견기업들도 독일 시장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R기업의 경우 인지도 면에서 낮고, 중국에 비해 높지 않은 경쟁력 속에서도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샘플 형식으로 1대의 로봇을 공급한 이후 현재 4~5대의 오더를 획득했으며, 거래 중인 독일 바이어가 자동화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기술 및 현장 지원 등의 서비스 업무 대행을 해주는 등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즉,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을 제외하고, 유럽 현지 진출을 하지 않은 국내기업의 시장 진출 관건이 되는 기술 지원의 부담을 덜 수 있었던 부분을 시장 진출 성공의 한 요소로 꼽았다. 또한 국내 협동로봇 스타트업인 Y사 역시 로봇 부속품의 유럽 수출에 성공했는데, 2020년 12월 유럽 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덴마크 기업 UR의 공식 인증 UR+를 취득하면서, 활발한 수출 물꼬를 트게 됐다고 한다. 이를 통해 Y사의 부품은 시장 내 선도 기업인 UR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기업들은 모두 사용이 가능하므로 잠재적인 시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추세로 코로나 팬데믹과 반도체 수급난의 장기화 속에서도 기업의 물류 자동화 추진과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 경쟁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더불어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 및 로봇 등과 같은 신 성장 동력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투자 역시 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의 로봇 생산 입지 구축 및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기술 투자뿐만 아니라 전문 엔지니어링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 만큼 관련 인력 배양 등을 토대로 한 시장 진출에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또한 산업용 로봇은 고도의 유연성과 함께 업종에 따른 별도의 솔루션이 필요한 만큼, 좋은 품질과 함께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국제 표준인 ISO 10218-1을 비롯해 ISO 3691-4 등 업계 최신 안전 표준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시장 진출 시 안전 및 기술 지원 제공도 시장 진출의 성공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로봇 수요의 성장과 더불어 관련 소프트웨어, 제어기술, 센서, 3D 카메라, 관제시스템, 레이더를 위시한 다양한 장비 및 자동화 솔루션 등의 수출에서도 편승 효과가 기대된다.
코로나19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및 생활환경 속에서 인간이 처한 위험과 업무를 상호보완적으로 지원해 나갈 수 있는 차세대 자율 로봇 및 부품이 꾸준한 기술 혁신과 더불어 K-로봇이라는 트렌드 하에 차세대 우리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 잡아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