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뉴스
체코,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포장의 미래를 열다
정하나 기자 | 2021-03-02 10:45:12

가볍고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제품 생산에서 필수불가결한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은 폐기물 처리 문제로 인해 환경오염의 주요인으로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유럽 내 플라스틱 수요의 39.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포장재 분야는 실생활에 밀접한 만큼 기업 및 소비자의 대안 모색이 활발한 부문이다. 체코의 경우 2018년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비율이 50% 이상에 달해 유럽 30개국 중 1위를 차지했으나 여전히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40%를 매립 처리하고 있어 사용량 감축 및 대체재 개발이 적극 요구되고 있다.

 

 유럽 플라스틱 수요 및 국가별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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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유럽플라스틱제조협회

 

EU 규제에 따른 체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2019년 6월 유럽 의회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는 법령(Directive  2019/904)을 통과시켰다. 2021년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중 대체 소재가 있는 식사 도구(포크, 나이프, 수저), 접시, 빨대, 면봉, 풍선 막대, 산화분해성 플라스틱과 발포폴리스티렌 컵 및 음식 용기, 산화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 등은 금지된다. 대체재가 없는 식품 용기 및 음료 컵은 소비 감축 대상, 일부 제품은 플라스틱에 대한 별도 표시 및 안내 대상이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식품 용기, 포장재, 음료 용기, 물티슈 등의 생산자는 폐기물 처리 및 인식 제고에 드는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EU 회원국은 2029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병을 90% 수거해야 하며(2025년까지 77% 수거), 2025년부터는 PET병의 재활용 플라스틱 비율을 25%, 2030년부터는 30%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더불어 EU는 2021년 1월 1일부로 재활용이 불가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플라스틱세를 전격 도입했다. 이는 총 7500억 유로(약 9000억 달러)에 달하는 EU COVID-19 경제 회복 패키지의 예산으로 사용되며, 회원국들은 국가별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킬로그램당 0.8유로(약 1달러)의 세금을 내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2021년 1월 25일 체코 의회는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전면 금지 및 소비 제한을 위한 생산자의 의무, 도시 내 공공장소 청소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승인했다. Richard Brabec 환경부 장관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특히 패스트푸드와 대규모 행사에서 발생하는 수천 톤의 일회용 플라스틱의 남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분리 재활용이 어려운 바이오플라스틱과 인체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미입증된 산화분해성 플라스틱 또한 제한한다. 이에 따라 2021년 7월 이후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 접시 등의 시장 출시가 금지되며 체코 환경부는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 제품으로 전환하는 생산자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할 방침이다.


한편 수도인 프라하시는 2019년 5월 1일부터 이미 음악 축제나 농산물 시장 등 시의 지원을 받는 행사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 프라하 시의회는 2021년 1월 모든 스포츠, 문화, 교육, 사회 행사에서 재활용 혹은 재사용 가능한 식기만 사용하도록 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체코 환경부의 플라스틱 포장 감축 캠페인 #DOSTBYLOPLASTU

 

2018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dostbyloplast 캠페인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체코 2030 계획의 일부로, 향후 EU 법안 시행에 대비해 국민과 기업가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체코 환경부의 주요 활동이다. 기업, 소상공인, 지자체, 공공 기관 및 개인 단위의 자발적인 플라스틱 포장재 감축 약속 및 실천을 독려한다. 일회용 포장재 및 식기 사용을 줄여 폐기물 발생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정부 캠페인으로 현재까지 여러 기관의 23개 프로젝트에 대해 6000만 코루나 가량이 지원됐다.

 

대형 유통업체, 온라인 슈퍼마켓 및 친환경 상점 등 다양한 차원의 플라스틱 대체재 모색

 

체코 유통업체와 온라인 슈퍼마켓은 소비자가 버리는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 양을 감축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슈퍼마켓 Lidl, Kaufland, Tesco 및 Penny는 빵, 과일 및 야채 판매 시 무상으로 제공하던 비닐봉지의 대안으로 재사용 가능한 봉지를 제공한다. 슈퍼마켓 체인 Lidl이 제공하는 재사용 가능한 폴리에스테르 봉지의 가격은 2개에 19.90코루나다. Lidl은 2022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을 20% 줄이고 2025년까지 자체 브랜드 포장재의 100%가 재활용, 재사용 혹은 재생 가능하도록 할 것을 약속했다. 


대형 슈퍼마켓 Globus에서는 과일, 야채, 생선과 치킨 너겟 등의 반조리식품을 급속 냉동해 소비자가 직접 계량해 개인 가방에 담는 셀프서비스 코너를 운영한다. 플라스틱 봉지에 포장돼 정량으로 판매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비자는 필요한 양의 식품만 구매하고 플라스틱 포장재 대신 자신이 가져온 봉지나 가방을 사용할 수 있다.

 

가정용 가구 매장 IKEA는 플라스틱 빨대나 용기, 컵 받침을 판매하지 않고 매장 내 레스토랑에서 모든 플라스틱 식기를 없애는 방침을 세웠으며 체코 스타벅스는 개인 용기에 음료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할인을 제공한다. 체코 샐러드 레스토랑 체인 UGO Salaterie는 플라스틱 접시, 수저, 음료 컵을 도자기 접시, 금속 수저, 유리잔으로 대체했으며 시범 기간 동안 플라스틱 폐기물을 약 40%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체코 최대의 온라인 슈퍼마켓 Rohlik.cz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로 고객이 플라스틱 없는 제품만 구매할 수 있는 필터 옵션을 도입했다. 이미 대부분의 상품을 산림관리협회 인증을 받은 종이 봉지에 담아 배송하는 이 업체는 플라스틱 컵, 접시, 수저 대신 나무와 종이로 만든 제품을 확대 판매할 예정이며, 생분해성 쓰레기 봉투와 기저귀도 소개할 예정이다.

 

제로 플라스틱을 향한 체코 스타트업의 도전

 

1.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 백 Frusack

 

Frusack은 과일, 야채 및 기타 상품 구매 시 사용하는 일회용 마이크로틴 백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비닐 봉지와 달리 재사용이 가능하며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특성을 지닌다. 옥수수 전분을 주원료로 한 특수 섬유인 PLA (polylactic acid)로 만들어지며, 섬유 생산은 스위스에서 나머지 공정은 모두 체코에서 이루어진다. 대형 유통체인 Albert 등에서 친환경 소비를 위한 제품으로 제공되는 등 좋은 호응을 얻어 유럽 및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2. 음식 포장 폐기물을 절약하는 용기 Rekrabička

 

레스토랑에서 음식 포장 시 발생하는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식기 반환 시스템을 개발한 체코 기업이 있다. REkrabička는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 식품 용기로 내구성이 뛰어나 최대 400회까지 사용 가능하다. 현재 체코 내 198개 레스토랑 및 회사 식당과 제휴했으며 약 3만 개의 용기가 유통되고 있다. 보증금 80CZK를 지불해 사용 후 가맹 지점 중 아무 곳에 반환하면 이를 돌려

 

 

3. 소비자의 정체성을 담은 재사용 컵 NICKNACK

 

친환경 음료 용기 생산업체 NICKNACK는 음료 컵 반환 및 재사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체코는 야외 공연 및 행사가 많고 맥주를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문화가 있기에 대규모 관중이 모이는 행사에서 일회용 컵의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지고 다니기 편하도록 옷에 걸 수 있는 고리가 달려 있고 소비자가 원하는 그래픽을 넣어 제작된다. Colors of Ostrava 등 수십여 회의 여름 페스티벌과 콘서트, 기업, 동물원 및 과수원, 경기장에서도 사용된 바 있다.

 

시사점

 

팬데믹의 포장 및 배달 증가로 인해 유통업과 식음료 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의 수요는 쉽게 감소하지 않고 있고 자동차, 건설 및 제조업에서도 플라스틱은 여전히 대체 불가한 재료로 간주된다. 그러나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 차원의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체코에서도 친환경 포장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이 개선되는 중이다. 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대체재를 사용한 식음료 및 생필품 포장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21년 이후 체코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은 EU와 체코 정부의 규제 정책 및 해당 시장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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