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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 1천배 줄인 고주파수 유연 슈퍼커패시터
최윤지 기자 | 2019-01-29 18:25:48

고주파수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유연 슈퍼커패시터의 부피가 1천배 이상 줄어들었다. 성균관대학교 박호석 교수와 미국 드렉셀대학교 유리 고고치(Yury Gogotsi) 교수 연구팀이 고주파수 영역에서도 부피 당 높은 에너지 용량을 가지는 유연 슈퍼커패시터 전극 및 전해질 소재를 개발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밝혔다.


전해 콘덴서는 교류 전압이나 전압 노이즈, 잔물결 등을 여과해서 일정한 전압을 공급해주는 전원 장치이다. 전하 수송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배터리와 달리 ㎑ 영역의 고주파수 교류 전압에서도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정전 용량이 낮아, 큰 부피와 무게를 요구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고주파수 영역에서도 높은 부피당 용량을 발현함으로써, 기존 전해콘덴서의 부피를 1천 배 이상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멕센’ 기반 전극소재와 고분자 네트워킹 젤 전해질을 제조했다. 멕센은 노벨상 유력후보인 유리 고고치 교수가 Science지에 지난 2013년 보고한 2차원 물질이다. 멕센의 우수한 전자 전도도와 빠른 이온 수송 특성을 이용해 60~10,000㎐에서 에너지 저장 기능을 보이는 슈퍼커패시터 소재가 개발됐다.


또한 멕센과 고분자 젤의 뛰어난 기계적 물성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 변형 및 대면적화가 가능하며, 휘어진 상태에서도 3만 회 이상 충‧방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이다.


박호석 교수는 “에너지저장장치가 안고 있는 용량과 주파수 간의 물성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극과 전해질 구조를 제어한 원천소재기술”이라며 “향후 웨어러블 전자기기, 사물인터넷(IoT), 자가발전 스마트센서 등 전자회로의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다양한 형태 변형이 가능한 출력장치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방사선기술개발사업, 해외우수신진연구자유치(KRF)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셀 프레스(Cell Press)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줄(Joule)’ 11월 8일 자에 게재됐다.

 

멕센/고분자 복합체 유연 전극 제작 모식도(A), 유연 슈퍼커패시터 구조(B), 전극의 다양한 형태변형과 대면적화 특성(C)
스프레이 코팅법을 이용해 2차원 멕센과 전도성고분자로 대면적 유연 필름 형태의 전극을 제조했다. 나노스케일로 정밀제어함으로써 높은 전자전도도와 이온확산 채널을 확보했다. 이러한 전극 제조 및 구조 제어 공정을 통해서 전하저장능력과 전기전도도를 극대화시켜서 에너지저장소재가 안고 있는 용량과 주파수 거동 간의 물성 딜레마를 극복했다(사진. 한국연구재단).

 

유연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한 교류 필터링 실험(A), 교류 전압 입력값을 필터링 후에 얻은 전압 출력값 데이터(B), 소자 벤딩 후에 30,000회 장기 충방전 안정성(C)

1000V/s의 초고속 속도와 60~10000㎐ 주파수 영역에서도 뛰어난 에너지저장특성을 보였다. 특히, 120㎐에서 현재 보고된 수치 중 최고 면적 및 부피당 용량(0.56mF/㎠, 24.2F/㎤)을 달성했다. 또한, 높은 체적당용량으로 인해서 기존 전해콘덴서 부피를 1천배 이상 감소시킬 수 있고, 멕센과 고분자 젤의 뛰어난 기계적 물성으로 인해서 응용분야에 따라 다양한 형태 변형이 가능하며, 휘어진 상태에서도 3만 회 이상의 장기충방전이 가능했다(사진. 한국연구재단).

 

★ 연구 이야기 ★

 

Q. 연구를 시작한 계기 및 배경은.
A. 우리 연구실은 에너지 저장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2차원 나노소재를 활용한 표면 전하 저장을 연구해왔다. 그러던 중 2013년 Science지에 2차원 전이금속카바이드 멕센(MXene)을 처음으로 보고한 Yury Gogotsi 교수의 발표를 국제학회에서 듣게 됐다. Yury 교수와의 디스커션을 통해 멕센 소재의 우수한 전자전도도 특성에 관심을 갖게 됐고, 다공성 구조 제어를 통해 에너지저장용량과 속도 간의 딜레마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돼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Q. 연구 전개 과정은.
A. 2015년부터 두 명의 박사과정 학생이 멕센을 활용한 공동연구를 수행했지만 합성 과정에서 고품질 멕센 분산 용액을 얻어내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던 중 1저자인 Girish Gund 박사가 해외우수신진연구자유치사업으로 우리 연구실에 조인했고, 연구실과 Gund 박사의 연구 노하우가 융합되면서 멕센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소재의 물성 딜레마 극복을 보여줄 수 있는 응용분야로써 교류 필터링 파워소자를 선정했고, 이로써 멕센과 젤 전해질 조합의 특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현재 Yury 교수와 함께 해외기술이전을 논의 중이고, 후속 연구를 수행 중이다.

 

Q. 연구하면서 어떤 장애 요소가 있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결)했는지.
A. 연구의 핵심 소재인 멕센에 대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국가 과제에 도전했지만 계속해서 실패했다. 국제공동연구에 대한 안정적인 펀딩 확보가 어려웠고 몇 년에 걸친 장기적인 연구로 인해서 관련 연구원들이 지쳐있었다.


Gund 박사와 참여 학생들이 끝까지 이 연구에 대한 성공가능성과 임팩트를 믿고 열정적으로 매진한 덕분에 3년의 긴 시간 동안 겪게 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전기화학적 파워 소자를 교류 필터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자회로 설계가 필요했고, 학과 동료교수인 김태일 교수와 신주환 학생이 도와준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Q. 이번 성과는 기존과 무엇이 다른가.
A. 이 연구는 웨어러블 전자기기, 사물인터넷, 자가발전 스마트센서 등 차세대 전자분야 초소형화, 경량화, 형태 변형에 걸림돌인 전해콘덴서 기반 교류 필터기의 한계를 극복한 결과이다. 에너지저장분야에서 난제로 생각되는 용량과 주파수거동 간의 물성 딜레마를 신소재 개발로 극복함으로써 슈퍼커패시터의 응용 영역을 확장시켰다.

 

Q. 어떻게 활용될 수 있으며,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A. 전자분야의 초소형화, 경량화, 형태 변형이 가능한 교류 필터용 파워기기와 신재생에너지 저장을 위한 전력품질 향상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향후 실용화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공정 개발과 신뢰성 확보, 소재의 물성을 극대화한 중간재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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